무기력은 전염된다

그냥 하라는 것만 적당히 하고 별다른 계획도 목표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다. 누군가가 내가 걸어갈 레일을 대신 깔아줬으면 했다.

 방구석에서 세상 삼라만상을 다 이해한 듯이 잘난 소리만 해대면서도,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된다는 둥 냉소로 가득한 태도로 뭐든지 회피하고 봤다.

 지금은 노력하고 있다. 냉소를 버리고, 목표를 세우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캥거루로 살아가는 한, 나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방출되는 맹독성 가스는 주머니 입구를 틀어막더라도 비집고 들어와 나를 무력화시킨다.

 마치 산산조각 난 거울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불쾌감. 전염이 된 것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피 자체가 오염된 것일까. 동생에게서도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면역력이 생성되려면 결국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자기반성과 순간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생만큼은 나보다 더 이른 시점에 이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염 인자를 최대한 차단해 주는 것뿐이지만.

 조금 지친다. 내가 노력한다고, 독립한다고 해서 내 천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거면 노력하는 의미가 있을까?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환경에서 나고 자랐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너무 긴 연휴는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