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쓴 내 작문도 죄다 엉터리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얌전하고 착한 아이로 지어내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언제나 모두에게 갈채를 받는다. 심지어 표절도 했다. 당시 걸작이라며 선생님들이 치켜세운 「동생의 그림자놀이」는 어떤 소년 잡지의 1등 당선작이었던 것을, 내가 고스란히 훔친 거였다. 선생님은 내게 그걸 붓으로 정서해서 전람회에 내도록 했다. 나중에 책을 좋아하는 한 친구에게 이 일이 탄로 났을 때, 나는 그 친구가 죽기를 바랐다.
나는 지고 있는 꽃잎이었다. 약간의 바람에도 파르르 떨었다. 타인으로부터 아무리 사소한 멸시를 받아도 죽을 듯이 괴로웠다. 나는 내가 머지않아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영웅으로서 명예를 지켜 가령 어른이 얕보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으므로, 이 낙제라는 불명예도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나는 어느 러시아 작가의 유명한 장편 소설을 읽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소설은 한 여자 죄수의 과거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그 여자가 불행해지는 첫걸음은 그녀 주인의 조카인 귀족 대학생의 유혹을 받은 데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 소설에서 훨씬 중요한 감상을 잊은 채, 두 사람이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꽃 아래서 첫 입맞춤을 나눈 페이지에 내 마른 잎 서표를 끼워 두었다. 나 역시 빼어난 소설을 남의 일인 양 읽을 수 없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이 미요와 나를 닮았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모든 일에 뻔뻔스러워진다면, 마침내 이 귀족과 빼닮을 수 있게 돼,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겁 많은 내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좀스러운 기질이 내 과거를 너무나 평탄하게 만들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이 인생의 빛나는 수난자가 되고 싶었다.
다자이 오사무, 「추억」, 『만년』